[1001-5] 나를 깨우는 맑은 눈망울,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의 행복

은퇴 후 맞이하는 평일 오후는 때때로 고요함이 나른함으로 변하곤 합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분 좋은 신호가 있습니다. 바로 산책 가자고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우리 집 막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입니다.

 

산책하자고 재촉하는 강아지
산책하자고 재촉하는 강아지

장면1: “이제 나갈 시간이에요!” 무언의 초대

무릎 위에 얌전히 앞발을 올리고 저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 반짝이는 두 눈 속에는 이미 동네 공원의 풀냄새와 시원한 바람이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이 투명한 눈빛을 마주하면, 어떤 중요한 일도 뒤로 미루고 운동화 끈을 묶게 됩니다.

 

신나게 가고 있어요
신나게 가고 있어요

장면2: 집 밖으로 한 걸음, 설레는 발걸음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엉덩이가 리듬을 타듯 실룩거립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지만, 신나게 앞서나가는 발걸음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은 벌써 봄날처럼 훈훈해집니다. 은퇴 후 조금은 느려진 제 삶의 속도가 녀석의 활기 덕분에 다시금 생동감 있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어서 오라고 재촉하는 강아지
어서 오라고 재촉하는 강아지

장면3: “아빠, 어서 오세요!” 다정한 재촉

몇 발자국 앞서 나가다가도 꼭 멈춰 서서 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잘 오고 있죠?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라고 재촉하는 듯한 그 장난기 어린 표정에 절로 웃음이 터집니다. 산책은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서로의 보폭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가장 다정한 대화임을 오늘도 배웁니다.

 

장면4. 공원에서 즐기는 우리만의 런웨이

공원의 붉은 벽돌길 위에서 강아지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꼬리를 살랑이며 씩씩하게 누비는 뒷모습은 세상 그 무엇보다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걷는 도중 슬쩍 고개를 돌려 저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앞을 향해 달려가는 그 귀여운 습관은, 제 은퇴 생활의 1001가지 즐거움 중 단연 으뜸가는 풍경입니다.

 

집으로 가는길
집으로 가는길

장면5: “오늘도 즐거웠어” 집으로 가는 길

충분히 뛰어놀고 냄새를 맡아서인지, 돌아오는 길의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듬직합니다. 어느덧 집으로 가는 복잡한 길을 완벽하게 익혀 앞장서는 보며 대견한 마음이 듭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고, 같은 풍경을 공유하며, 나란히 집으로 돌아갈 동반자가 곁에 있음에 깊은 감사를 느끼는 귀갓길입니다.

♥ 1001가지 즐거움 중 1001-5번째를 마치며

강아지와 산책은 제게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아이처럼 맑은 눈을 통해 세상을 다시금 신선하고 소중하게 바라보는 명상 시간입니다. 밖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산책길에 전해준 온기 덕분에 제 하루는 오늘도 넉넉하고 훈훈하게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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